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는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한국을 방문해 최영삼 한국 외교부 차관보와 오찬 겸 회담을 갖고 장호진 1차관을 예방하면서 블링컨 국무장관의 최근 방중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최 차관보도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미한 양국의 인식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가자”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부터 이틀 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협조 요청에 대해 중국 측이 “약속한 건 없다”고 전했지만 일단 미중 간 고위급 소통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만큼 중국 측의 향후 대응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 핵 문제에 대한 미중 협력이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형 도발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고 중국은 북한의 대형 도발로 인한 미한일 군사 협력 강화가 안보상 큰 부담이라는 점, 그리고 북한은 경제난 속 잇단 도발에 따른 피로감이 한계치에 왔을 수 있다는 게 조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의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국제문제 평론가 정영학 명의의 글을 통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대중국 압박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도발자의 수치스러운 구걸 행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마오닝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에만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미국도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미중 갈등 과정에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고 대중 경제 압박 조치가 빚어낸 미국 내 기업들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행보지만 패권경쟁 상대인 중국에 맞선 정책 기조는 변한 게 아니라며, 북한의 도발과 핵 고도화에 대한 양국 입장차가 좁혀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과 같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계속되는 한 중국은 북한의 도발보다는 북중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기존 견해를 계속해서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북한이 원하는 대로 좀 고쳐달라는 그런 뉘앙스인데 거기에 대해 미국은 과거와 변함이 없는 그런 대북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으로선 미중 갈등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고 중국이 대화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참조: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