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천문학 연구팀이 지구에서 약 50억 광년 떨어진 ‘코스믹 홀스슈(Cosmic Horseshoe)’ 은하계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거대할 수 있는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360억 배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보다 무려 1만 배 더 무겁습니다.
독창적 탐지 기법으로 ‘잠든’ 블랙홀 포착
이번 발견의 핵심은 ‘비활성(잠든)’ 상태의 블랙홀을 포착했다는 점입니다. 기존 방식은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방출하는 빛과 에너지를 관측하는 반면, 연구팀은 중력렌즈 효과와 별 운동 속도(항성 운동학) 분석을 결합해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포르투갈 UFRGS 대학의 연구자인 카를루스 멜루 박사과정 연구원은 “관측 당시 블랙홀은 물질을 흡수하지 않고 있었으며, 순전히 중력의 영향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인슈타인 고리’를 만드는 초거대 은하
코스믹 홀스슈의 전경 은하(LRG 3-757)는 질량이 우리 은하의 100배에 달합니다. 이 은하는 중력으로 인해 배경 은하에서 오는 빛을 휘게 하여 말발굽 모양의 ‘아인슈타인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연구 책임자인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의 토머스 콜렛 교수는 “이 블랙홀은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 중 상위 10위 안에 드는 초거대 블랙홀이며, 어쩌면 가장 무거운 블랙홀일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측정 오차는 약 60억 태양질량으로, 기존 기록 주장보다 신뢰도가 높습니다.
은하 진화 연구에 새로운 단서
이번 발견은 기존의 블랙홀-은하 질량 비례 관계가 초대형 은하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코스믹 홀스슈와 같은 ‘화석 은하 집단’—여러 은하가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은하가 된 상태—에서는 과거 병합된 모든 초대질량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져 오늘날의 초거대 블랙홀이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기법이 향후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 자료를 활용해 은하 속에 숨겨진 초거대 블랙홀을 찾아내고, 이들이 은하의 별 형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Image credit: NASA / ESA / Hub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