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정황이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중동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형무기뿐 아니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이 테러 조직에게 확산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을 지낸 우지 루빈 예루살렘 전략 안보 연구소(JISS) 선임연구원은 최근 하마스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북한 무기를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규정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서 VOA와 만난 루빈 선임연구원은 “많은 나라들이 북한 무기를 구매하고 있고, 가자지구 내에서도 북한 무기가 발견됐다”며 “하지만 이는 (북한의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루빈 선임연구원] “북한 무기를 구매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또한 가자지구에서는 북한 무기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지원이 아니라 상업적 판매입니다. 그들은 사이버 범죄처럼 돈을 벌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외환으로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요.”
이어 “이는 상업적 판매”라면서 “북한은 사이버 범죄처럼 돈을 벌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화를 벌기 위해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북한의 유탄발사기인 F-7을 이용했으며, F-7의 추진체 부분을 분리해 대전차 로켓 탄두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살상력이 더 높은 신무기를 만들어낸 정황을 파악해 보도했습니다.
또한 VOA는 F-7의 신관에 ‘비저-7류’와 같은 한글 표기가 찍혀 있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한국 국가정보원은 8일 한국 언론 등에 VOA의 해당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무기가 언제 어떤 경로로 가자지구로 유입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루빈 선임연구원은 북한 무기가 하마스와 같은 무장정파의 손에 들어갈 땐 통상 완제품 방식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루빈 선임연구원] “그래서 나는 하마스, 헤즈볼라가 아랍 산업이 아닌 정교한 산업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제품입니다. 완제품은 시장에서 살 수 있고, 이란인들이 팔고 있고, 북한인들이 팔고 있다. 90년대 당시 북한에 대한 공개 문헌 보고서도 있었고, 화성 5호, 스커드-B라고 부르는 탄도 미사일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은 일반적인 아랍 나라와 같은 정교한 산업 국가가 아닌 만큼 이들에겐 완제품 형태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완제품은 암시장에서 살 수 있고, 이란과 북한은 이들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며 “심지어 90년대에 북한이 스커드 B형으로 불리는 화성-5형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완제품 형태로) 판매했다는 공개 문서도 있다”고 루빈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북한과 하마스의 무기 거래가 무기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제품을 넘기는 방식으로, 북한이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예루살렘에서 VOA와 만난 중동 지역 전문가 조나단 스파이어 박사도 “북한이 돈벌이에 관심이 있다는 점과 이를 위해 무기와 관련 기술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기꺼이 판매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우리가 알고 있다”며 하마스에 유입된 북한 무기가 북한의 ‘외화벌이’ 시도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파이어 박사는 “그 결과 북한은 수년 동안 이란은 물론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이란과 시리아는 하마스가 속한 역내 동맹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이란과 시리아가 북한의 긴밀한 동맹국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하마스가 북한의 지원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논리는 어렵지 않게 성립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스파이어 박사는 “F-7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무기고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이들 사이에 분명 어떤 종류의 연결고리(connection)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이 무기가 어떻게 가자지구로 유입됐는지, 더 중요하게는 언제 유입됐는지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는 이란에서 수단, 이집트 사막을 거쳐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일종의 무기 밀매 경로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전후해 수단이 이란 주도의 역내 축의 일부에서 탈퇴하면서 이 경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이들 무기가 언제 가자지구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몇 년 전 그 경로가 활발했던 시기에 들어가 계속 그곳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스파이어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문가들은 중동에 유입되는 무기가 F-7과 같은 소형, 중형 무기 수준을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우려했습니다.
무기 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는 북한이 이를 중동지역에 확산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입니다.
스파이어 박사도 이스라엘 정부가 그와 같은 상황을 “분명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개발된 이란의 미사일 체계가 벌써 최근 몇 차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녹취: 스파이어 박사] “그들은 확실히 걱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특히 매우 잘 발달된 자체 미사일 역량과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란이 산업을 발전시킬 당시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북한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hahab-3 미사일은 북한 미사일 설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란은 자체적으로 매우 잘 발달된 미사일 역량과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모든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이 미사일 산업을 발전시키던 초기 단계에서 북한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스파이어 박사는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VOA는 외교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사진을 근거로 지난해 10월 31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요격된 미사일의 엔진 덮개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탈 인바르 전 이스라엘 피셔 항공우주전략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무기 확산국이며, 무기를 구매할 충분한 돈이 있는 누구에게라도 이를 판매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인바르 전 소장] “북한은 무기 확산국이며 돈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무기를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더 정교한 무기를 생산할수록 무기를 판매하여 결국 우리 지역이나 세계의 다른 지역의 일부 테러 조직에 팔릴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북한이 더 정교한 무기를 생산할수록 북한이 이들 무기를 판매해 결국에는 우리 지역(중동)이나 세계 다른 지역의 테러 조직에 넘어갈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인바르 전 소장은 현재로선 북한이 방사능 무기를 만들어 판매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이는 그에 따른 대가가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인바르 전 소장] “그러나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결과 때문에 의도적으로 핵 기술이나 심지어 핵분열성 물질을 판매하여 더러운 폭탄과 같은 방사능 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내부의 흔적, 미량 원소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북한에서 나오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라고 세계가 믿게 만드는 데 큰 도전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테러리스트 그룹에 너무 많은 정교한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위험한 사업이며, 물론 그와 관련된 핵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판매할 경우 “미국은 해당 무기의 우라늄 혹은 플루토늄이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전 세계가 믿게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테러조직에 핵 기술을 포함한 정교한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위험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런 일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걸프지역 내 역내 문제가 아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쉽게 핵 확산 결정을 내리진 못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하마스와 예멘 후티 반군이 북한 무기를 사용한 정황은 점점 짙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10월 유엔총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려는 대북 비방 책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관련 주장을 일축한 바 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일부 서방나라들이 중동의 위기를 우리와 강제로 연결시키기 위해 반공화국 비방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행정부 소속 일부 언론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이어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인터뷰한 VOA를 겨냥해 “미국 행정부 소속 어떤 매체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 없고 거짓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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