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가 최근 북한 선박의 대리 운영주로 국제기구에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첫 사례인데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회사의 위탁 관리를 받게 된 선박은 북한 선적의 연봉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따르면 ‘HK JK 인터네셔널 트레이드’라는 이름의 회사가 올해 2월 1일부터 연봉호의 등록 소유주(Registered owner)로 등재됐습니다.
HK JK 인터내셔널은 ‘등록 국적’이 ‘중국 홍콩’으로 표기된 중국 회사입니다.
GISIS에 게시된 내용만으론 정확한 내용을 알 순 없지만 북한 깃발을 단 연봉호가 2월부터 홍콩 소재 중국 회사에 의해 소유권이 관리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VOA는 북한 당국이 작년 4월 불법으로 중국 중고 선박 헝성29호를 구매해 북한 깃발을 달았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후 헝성 29호는 해연8호로 불리다가 약 3개월 뒤인 지난해 7월 지금의 연봉호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이 변경된 이후 줄곧 이 선박의 등록 소유주는 북한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돌연 중국 회사가 새로운 소유주가 된 것입니다.
이는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에 입출항하며 발생하는 각종 서류 작업이나 유류 공급, 선박 내 물품 보급 등의 관리를 중국 회사가 대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실제 선주를 대신해 제 3국의 회사가 선박을 ‘대리점’ 형태로 관리하는 건 일반적인 업계 관행입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201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가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와 임대, 운항은 물론 선급 혹은 관련 서비스 제공 행위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회사의 북한 선박 대리 운영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습니다.
앞서 VOA는 ‘중국 홍콩’ 국적으로 표기된 헝천룽 홍콩이라는 회사가 작년 5월 1일부터 북한 유조선 아봉 1호의 ‘등록 소유주’로 등재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4월엔 중국 단둥 푸안 이코노믹 트레이드사가 북한 선박 남포 5호의 등록 소유주가 됐고, 2월과 1월엔 각각 단둥 진청 트레이드사와 산둥 자이저우 인터내서널사가 금강 1호와 자이저우2호의 관리자를 자처했습니다.
그 밖에 작년에 이름을 바꾼 홍대1호와 창성8호도 현재 중국 회사가 등록 소유주입니다.
이들을 포함해 중국 회사에 의해 위탁 운영되고 있는 북한 선박은 지난해까지 모두 17척이었는데, 이번 연봉호 사례를 더하면 모두 18척으로 늘어납니다.
VOA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미 유엔대표부, 미 국무부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운업계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지난해 8월 VOA에 “(중국 회사의 북한 선박 대리 운영은)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해 운영하는 ‘편의치적’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북한에 있는 실제 선주가 선박을 중국 회사 명의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 선박이) 중국에서 화물 운임을 받기 위해선 중국 현지 법인 명의의 은행 계좌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존 은행 계좌가 대북제재로 많이 노출됐다면 새로운 중국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중국 회사를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북한 선박의 중국 회사 등록 문제를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Photo Credit: LordHarris,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