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문화 무대까지 옮겨붙으면서 K-팝 아티스트들이 조심스레 발을 디디고 있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중국 내 일본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되는 ‘한일령'(限日令)이 현실화됐고, 이 여파가 한국 가수들의 아시아 투어 일정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국 멤버를 둔 그룹들은 중국 팬덤을 의식해 일본 활동을 자제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밀고 나갈지 고심 중이다. 팬들은 “우리 아티스트가 정치 싸움에 휘말리면 어쩌나” 하며 불안한 마음을 SNS에 쏟아내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강한 반발을 보였고, 곧바로 문화 보복으로 이어졌다. 11월 2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본 싱어송라이터 코키아(KOKIA)의 콘서트는 관객이 모인 직후 ‘기술적 문제’로 취소됐고, 상하이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5’에서는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Maki Otsuki)가 ‘원피스’ 주제가 공연 도중 조명이 꺼지며 강제 퇴장당했다. 하마사키 아유미(Ayumi Hamasaki)의 상하이 공연도 전날 밤 주최 측의 ‘불가항력’ 통보로 무산됐고,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Hiromi Uehara), 포크 듀오 유즈(Yuzu), 래퍼 키드 프레시노(KID FRESINO)의 투어도 연기됐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주요 도시 공연장들에 “2025년 말까지 일본 아티스트 공연을 모두 취소하라”고 지시했고, 2026년 신청도 금지했다. 영화 ‘일하는 세포’와 ‘짱구는 못 말려’ 개봉도 미뤄지면서, 최소 20건 이상의 일본 문화 행사가 날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은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9년째 본토에서 대형 K-팝 콘서트를 사실상 금지 중이다. 올해 9월 하이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드림 콘서트'(한국 최대 K-팝 페스티벌 중국 버전)가 현지 승인을 못 받아 무기한 연기된 게 대표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 보이콧은 정치 갈등 시 경제 압박 수단으로 자주 쓰이는데, K-팝도 예외가 아니다. 세븐틴(SEVENTEEN)의 중국 멤버 준(Jun)과 디에잇(The8)은 팬미팅이나 개인 활동에서 이미 제약을 느꼈고, 에스파(aespa)의 중국 멤버 닝닝(Ningning)은 2022년 SNS에 올린 일본 관련 게시물이 최근 일본 팬들의 청원(10만 3천 서명)으로 재점화됐다. 일본 네티즌들은 “중일 갈등 속 에스파를 NHK ‘홍백가합전’에 세우면 안 된다”고 반발하며, 닝닝의 과거 포스트를 ‘반일’로 몰아갔다.
반면 일본 시장은 K-팝에게 여전히 안식처다. 엔터사들은 “일본 공연에 큰 영향 없을 것”이라며 낙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흐른다. 12월 세븐틴은 도쿄·나고야·후쿠오카에서 팬미팅과 콘서트를 잡았고,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TXT)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와 오사카에서 대형 투어를 소화할 예정이다. 제로베이스원(ZERBASEONE)은 12월 14일 도쿄에서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세븐틴 소속사는 “중국 멤버가 있어도 일본 팬들은 환영 분위기”라고 밝혔고, YG(베이비몬스터)와 하이브(TXT)도 “정치적 이슈가 공연에 미치지 않도록 대비 중”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일본은 K-팝 투어의 핵심 시장으로, 2024년 기준 K-팝 공연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의 ‘한일령’이 일본 내 반중 정서로 번지면, 중국 멤버를 둔 그룹의 일본 활동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팬덤이 강한 NCT나 EXO처럼 중국인 멤버를 둔 팀들이 가장 민감하다. 투어 일정이 1년 전부터 잡히는데, 갑작스런 보이콧은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팬들의 목소리도 뜨겁다. 웨이보(중국 SNS)에서는 “세븐틴 중국 멤버가 일본 가서 공연하면 우리 팬들 배신인가”라는 글이 5만 리포스트를 넘겼고, 일본 트위터(X)에서는 “K-팝은 우리 문화, 중국 개입 말라”는 해시태그가 트렌딩됐다. 한국 팬들은 “아티스트들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게 기도만 할 수밖에”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11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AMA 어워즈’처럼 중립 지대인 홍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행사에는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지드래곤, 슈퍼주니어 등이 참석해 10만 관객을 모았고, 중국 팬들은 “본토에서 못 보니 홍콩으로 간다”고 입소문을 냈다.
이 갈등은 K-팝의 글로벌 전략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중국은 K-팝의 최대 팬베이스(전체 30%)지만, 일본은 안정적 수익원(20%)이다. 만약 ‘한일령’이 장기화되면 아시아 투어가 유럽·미국으로 쏠릴 수 있지만, 물류와 비용 부담이 커진다. 문화 전문가 마쓰타니 소이치로 씨는 “2016년 사드 사태처럼 K-팝이 피해를 입었듯, 이번에도 정치가 문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엔터사들은 중립 선언과 다각화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현재 일본 공연 일정은 무사히 진행 중이지만, K-팝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은 “음악은 국경을 넘어선다”는 희망을 품지만, 현실은 여전히 팽팽하다. 중일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린다는 소문이 돌지만, 문화 교류가 회복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Photo Credit: Seventeen,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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